top of page

가성비 좋은 AI 상담, 우리가 치러야 할 숨겨진 비용

*Disclaimer: 본 글은 창발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개인(본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AI와 심리 상담을 하며 위안을 얻는 유스케이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 JMIR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된 ‘AI 시대의 도움 요청(Help-Seeking in the Age of AI)’ 논문에 따르면, 미국 성인(18세-49세) 1,805명 중 35.2%가 ‘일주일간 최소 한 번 이상 정신건강을 위해 AI 도구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커먼센스 미디어의 설문조사에서도, 미국 10대의 72%가 AI 챗봇을 대화 상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 마음건강(mental well-being)을 유지하는 수준에서는 AI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으나,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효용이 없을뿐더러 불필요한 리스크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심리 상담의 주체인 AI와 인간 상담사 간 근본적인 차이에서 온다.



먼저, AI는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의해 운영된다. 궁극적인 방향성은 두 가지인데, 1. 사용의 즉각적 만족(satisfaction rate) 2. 만족을 통한 재사용(retention rate)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이윤 추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기본적 마음건강을 충족하는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주는 데 기여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적 마음건강이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감정의 동요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정의도 가능하겠지만, 일단은 친구나 지인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의 고민, 즉 연애 상담이라든가 하려는 일이 잘 안 돼서 생기는 답답함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일상의 가벼운 동요나 고민을 AI에게 털어놓아 즉각적인 만족을 느낀다면, 사용자는 ‘상담을 잘해준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잘해준다’는 감각이 단순히 주관적인 즐거움에서 오는 것인지, 순간적 쾌·불쾌를 넘어서서 사용자 본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특히 상담하는 내용이 매일의 기본적 마음건강 유지를 넘어서서 개인의 치명적인 습관이나 트라우마, 혹은 정신증 및 신경증 등 실제 정신질환에 대한 것이라면 효용이 없을뿐더러 상당한 리스크가 예상된다. 위에서 말했듯 AI 챗봇들은 경중은 다를지언정 ‘사용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 즉 채팅을 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만족을 주기 위해 순응하는(complying)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AI의 예쁜 말투나 달콤한 칭찬이 해당 사용자가 지닌 뿌리 깊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면? 당장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진통제만 복용하다 병을 키우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가벼운 고민인 줄 알고 AI와 대화하다가 깊은 트라우마가 건드려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AI는 어디까지나 쓰인 텍스트로 소통하기 때문에 인간이 대화하며 보이는 비언어적인 반응을 잡아낼 수 없다. 이는 치명적인 한계인데, 한 사람이 지닌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언어적인 표현이 크리티컬한 상황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역시 우리가 치러야 할 리스크를 증가시킨다.


인간 상담사의 경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오랜 수련을 거치는 과정에서 인간을 상담할 때의 직업윤리 또한 철저하게 교육받는다. 상담사 역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지만, 해당 서비스의 궁극적인 방향성은 1. 내담자의 신체적·정신적 안녕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며 2. 그가 지닌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내담자는 즉각적인 만족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오랜 시간 곪아온 내면의 문제를 대면하고 직시하는 일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인간 상담사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해당 과업이 내담자의 신체적·정신적 안녕을 저해하지 않는지 주의 깊게 판단하고, 적절한 순간에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는 내담자의 비언어적·언어적 단서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며,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한다.


각 개인의 문제는 비슷한 카테고리에 묶일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되, 한 개인이 살아온 궤적과 맥락, 지향하는 방향성에 따라 오직 유일해진다. 그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감안하여 접근하는 것이 인간 상담사와의 심리 상담이다.



한편 심리 상담에 접근하는 데 드는 장벽을 감안해 보면, 세간의 시선은 많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으나 여전히 각 개인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높은 편이다. 한두 회기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각 회기당 단가 역시 높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리라는 보장 없이 시작해서 장기간 합을 맞춰봐야 한다. 그에 비하면 일회성으로 점을 보거나, 유튜브를 구독해 점술 및 상담 채널을 보거나, AI에게 질문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즉각적인 만족을 준다.


이러한 이유로, 위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마음건강을 충족한다는 목적으로 범위를 좁히면 AI는 분명한 효용을 준다. 그러나 그 이상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실제 정신질환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 AI가 제공하는 쉬운 접근과 저렴한 비용이 도리어 해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치러야 할 리스크 역시 충분히 계산된 적이 없다.

댓글


  • slack
  • YouTube
  • Facebook
  • Instagram
  • LinkedIn

Copyright©2024 by Changbal Society

PayPal로 기부하기
bottom of page